그리울 오늘 읽을거리

많이 안아주면 버릇이 나빠질까요?

신생아 때부터 안아주던 아기가 자꾸 안겨 있으려 할 때, '버릇이 되는 건 아닐까' 망설여지시죠.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얼마나'가 아니라 '언제'예요.

1. 흔한 부부의 의견 차이

6개월 아기를 키우는 집에서 자주 벌어지는 풍경이 있어요. 한쪽은 우는 아기를 자꾸 안아주려 하고, 다른 한쪽은 "그러다 버릇 나빠진다, 스스로 그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둘 다 아이를 위하는 마음인데 방향이 정반대죠.

정답이 없어 보이는 논쟁이지만, 아이의 발달 단계로 보면 꽤 분명한 원칙이 있습니다.

2. 답은 '얼마나'가 아니라 '언제'

안아주기가 버릇이 되느냐는, 얼마나 자주 안아주냐보다 아이가 어느 시기에 있느냐에 더 좌우돼요.

시기 안아줘서 버릇이 나빠질까요
6개월 이전 거의 그렇지 않아요
6~12개월 그럴 가능성이 낮아요
돌 이후 그럴 수 있어요

왜 이렇게 나뉘는지, 아이의 인지 발달을 따라가 볼게요.

3. 어린 아기의 울음은 '요구'가 아니에요

먼저 짚을 게 있어요. 6개월 무렵까지의 아기는, 울어서 무언가를 '요구'할 만큼의 인지 능력이 아직 자라지 않았어요.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바버라 하워드 박사는, 적어도 9개월 이전의 아기는 자기가 울어서 무언가를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모른다고 설명해요.

배가 고플 때 나는 꼬르륵 소리가 '음식을 넣어달라'는 의도적인 요구가 아니듯이요. 어린 아기의 울음도 배고픔·불편함·통증 같은 상태를 본능적으로 내보내는 신호일 뿐, 상대의 행동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담긴 건 아니에요. 자극과 반응을 주고받는 본격적인 상호작용은 대개 6개월 무렵부터 나타납니다.

4. 신호에 반응하는 일 = 애착을 쌓는 일

보스턴아동병원 브레이즐턴연구소의 아동심리학자 J. 케빈 뉴전트는, 아기의 신호에 반응하는 일은 곧 그 필요를 채워주는 일이라고 말해요.

아기가 울음으로 신호를 보내면, 우리는 배가 고픈지·기저귀가 불편한지·어디가 아픈지 살펴 해결해 줍니다. 졸리거나 불안한 것처럼 아기 스스로도 뭔지 모르는 막연한 불편함도 마찬가지예요. 잠투정하는 아기를 달래주면 스르륵 잠드는 경험, 아이를 키워보셨다면 아실 거예요. 때로는 정말 이유 없이 울기도 하지만, 이유가 없다기보다 우리가 그 이유를 모를 뿐인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신호에 양육자가 제때 반응해 주는 과정에서 '애착'이라는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특정한 사람을 향한 뚜렷한 애착은 대개 생후 6~7개월 무렵부터 드러나기 시작해 첫돌에 걸쳐 자리 잡아요. 이 시기에 아기의 신호를 알아채고 그 원인을 풀어주는 경험이, 아이가 훗날 타인과 신뢰로운 관계를 맺는 능력의 바탕이 됩니다.

그래서 "아기는 망칠 수 없다"고 말해요

영미권 육아 자료에 "You can't spoil a baby(아기는 버릇을 망칠 수 없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신호에 반응해 주는 것이 의존을 키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안정적인 애착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에요.

5. 많이 안아주면 더 보채게 될까요?

"많이 안아주면 아기가 안아달라고 더 자주 울지 않을까?" — 자연스러운 걱정이에요. 그런데 데이터는 반대를 가리킵니다.

1986년의 한 무작위 대조 연구에서, 생후 6주 아기들(가장 많이 우는 시기예요)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평소보다 더 많이 안고 다녔어요. 그 결과, 더 많이 안긴 아기들이 우는 시간이 눈에 띄게 적었습니다.

약 43%↓
더 많이 안아준 아기들의
우는 시간 감소 (Hunziker & Barr, 1986)

작은 아기는 많이 안아줄수록 오히려 덜 운다는 거예요. 왜 그럴까요. 연구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이래요.

  • 피부는 우리 몸에서 가장 넓은 감각기관이고, 촉각은 태아 때부터 작동하는 가장 원초적인 감각이에요. 안겨서 닿는 경험은 옥시토신 같은 호르몬과 감각 신경을 활성화해 정서적 안정에 기여합니다.
  • 아기를 안고 어르는 행동은 사람을 포함한 영장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요. 가까이 안고 옮기는 양육이 아이의 사회적 인지 발달과 연결돼 있다는 진화적 해석도 있어요.
  • 2017년 미국 한 아동병원에서 영아 125명의 뇌 반응을 측정했더니, 따뜻하고 편안한 접촉을 받은 아기의 뇌가 더 활발하게 반응했어요.
접촉이 유전자에까지?

캐나다에서 약 90명의 아이를 4~5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영아기에 접촉이 많았던 아이들에게서 후성유전(태어난 뒤 환경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달라지는 현상)의 차이가 관찰되기도 했어요. 다만 그 차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까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니, '가능성' 정도로만 받아들이면 됩니다.

6. 돌이 지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져요

돌 무렵부터 아이는 '이렇게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구나'를 이해하기 시작해요. 그래서 울음이 불편함의 신호를 넘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수단으로도 쓰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충분히 걸을 수 있는데도 밖에만 나가면 안아달라고 떼를 쓰는 경우, 매번 안아주면 아이는 점점 걸으려 하지 않게 돼요. 정말 다리가 아픈 거라면 안아주는 게 맞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습관처럼 안기려 한다면 스스로 걷도록 북돋아 주는 편이 좋아요.

7. 6개월 전이라도, 두 가지만 기억해요

이 시기 아기는 울 때 망설임 없이 안아줘도 괜찮아요. 다만 두 가지는 챙겨두면 좋아요.

  • 안아서 재우기: 졸려 칭얼거릴 때 안아 달래는 건 좋지만, 완전히 잠들기 직전엔 아기 침대에 살며시 내려 주세요. 안겨야만 잠드는 습관이 굳으면 나중에 스스로 잠드는 힘을 기르기 어려워질 수 있어요. '잠은 침대에서'를 작은 원칙으로요.
  • 배앓이(영아 산통): 아무리 안아도 달래지지 않고 배를 만지면 자지러지게 우는 때가 있어요. 이럴 땐 안아주는 것만으로 울음이 크게 줄지 않기도 해요. 5분쯤 안아봐도 그대로라면, 산통이 지나갈 때까지 잠시 기다려 봐도 괜찮습니다. 물론 이건 우는 아이를 안고 있기 힘든 분께 드리는 말이고, 안고 있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면 그렇게 하셔도 돼요. 둘 다 괜찮아요.

육아는 마라톤이에요

조금 안아준다고 버릇이 나빠지지 않고, 잠깐 운다고 아이 성격이 변하지도 않아요. 주방일을 하거나 잠깐 자리를 비우는 5분, 10분의 울음이 아이의 기질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사랑을 건네는 것이 중요하지, 우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에요.

어릴수록 더, 줄 수 있을 때 마음껏 안아주고 닿아주세요. 다만 '절대 울리지 않겠다'는 다짐 역시 부모의 마음을 지치게 만들 수 있어요. 그 사이의 균형이 오래 가는 육아의 비결이에요.

많이 안아준다고 버릇이 나빠지지 않아요. 어릴수록 더, 줄 수 있을 때 마음껏 안아주세요.

참고 문헌

  1. WebMD. Know When to Hold 'Em. (존스홉킨스대 Barbara Howard, 브레이즐턴연구소 J. Kevin Nugent 인용)
  2. Hunziker, U. A., & Barr, R. G. (1986). Increased carrying reduces infant crying: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Pediatrics, 77(5), 641–648.
  3. Maitre, N. L. et al. (2017). The Dual Nature of Early-Life Experience on Somatosensory Processing in the Human Infant Brain. Current Biology, 27(7), 1048–1054.
  4. Moore, S. R. et al. (2017). Epigenetic correlates of neonatal contact in humans. Development and Psychopathology, 29(5), 1517–1538.
  5. Norholt, H. (2020). Revisiting the roots of attachment: A review of the biological and psychological effects of maternal skin-to-skin contact and carrying of full-term infants. Infant Behavior and Development, 60, 101441.
  6. Berecz, B. et al. (2020). Carrying human infants – An evolutionary heritage. Infant Behavior and Development, 60, 10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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