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울 오늘 읽을거리

기저귀 떼기, 서두르면 더 오래 걸려요

옆집 아이가 벌써 기저귀를 뗐다는 말에 마음이 급해지시죠. 그런데 배변 가리기에서 서두름이 이득이라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어요. 언제 시작할지, 무엇이 진짜 걸림돌인지, 그리고 어떤 신호일 때 살펴보면 좋은지 데이터로 정리했어요.

한눈에
  • '몇 개월'이라는 숫자보다 아이가 보내는 준비 신호가 정확해요
  • 일찍 시작한다고 일찍 끝나지 않아요 — 오히려 훈련 기간이 길어졌어요
  • 배변 가리기의 가장 흔한 걸림돌은 나이가 아니라 변비예요

1. 숫자가 아니라 준비 신호예요

미국소아과학회는 배변 가리기를 정해진 나이가 아니라 아이의 준비 신호를 보고 시작하라고 권해요. 몸이 준비되기 시작하는 건 대략 18개월 무렵부터이고, 머리로 이해하고 협조하게 되는 건 대개 만 두 돌 이후예요.

여러 자료가 공통으로 꼽는 준비 신호는 이런 것들이에요. 기저귀가 두 시간쯤 마른 채로 있는 때가 생기고, 소변이나 대변을 보기 전에 표정이 바뀌거나 구석에서 쪼그리고, 젖은 기저귀를 불편해하며 벗으려 하고, 어른이 화장실 가서 하는 행동에 관심을 보이고, 간단한 지시를 알아듣고 따라 해요.

한두 가지 신호가 보인다고 바로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신호는 '지금부터 가능해졌다'는 뜻이지 '지금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2. 일찍 시작한다고 일찍 끝나지 않아요

이게 가장 자주 오해받는 부분이에요.

406명의 아이를 등록해 추적한 연구에서, 일찍 시작한 아이일수록 훈련이 끝나기까지 오히려 더 오래 걸렸어요. 시작 나이와 훈련 기간은 뚜렷한 반비례 관계였습니다 (Blum, Taubman & Nemeth, 2003).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에서, 27개월 이전에 집중적으로 훈련해 얻는 이득은 거의 없었어요.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준비가 덜 된 아이를 앉히면, 앉아 있는 시간만 길어질 뿐이니까요.

406명
전향적으로 등록해 추적
(일찍 시작 → 훈련 기간 ↑)
거의 없음
27개월 이전 집중 훈련이
주는 이득

방법은 어떨까요. 아이의 속도에 맞추는 방식(Brazelton)과 짧게 집중해서 훈련하는 방식(Azrin & Foxx)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 둘을 직접 비교한 제대로 된 시험은 아직 없습니다. 미국 보건의료연구·품질조사국(AHRQ)이 관련 연구를 모두 모아 검토한 결과도 "두 방법 모두 성공적이었지만 어느 쪽이 낫다고 결론 낼 근거가 부족하다"였어요 (Klassen et al., 2006). 캐나다의학협회지 리뷰는 더 직설적입니다 — "어느 방법이 최선인지 증명하는 최고 수준의 근거는 없다" (Kiddoo, 2012).

3. 그런데 너무 늦어도 괜찮을까요 — 진짜 범인은 변비예요

늦게 시작한 아이들에게서 나중에 낮 동안의 소변 문제가 더 많이 관찰된다는 연구들이 있어요. 영국에서 8,000명 넘는 아이를 태어날 때부터 따라간 코호트에서, 24개월 이후에 시작한 경우 학령기에 낮 소변 가리기를 늦게 익히거나, 낮 실수가 계속되거나, 가리던 아이가 다시 실수하는 일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Joinson et al., 2009).

다만 늦게 시작해서 문제가 생긴 건지, 아니면 원래 발달이 조금 느렸던 아이가 늦게 시작하게 된 건지는 이 연구의 설계로는 구분할 수 없어요.

그리고 더 흥미로운 발견이 있어요. 배뇨장애로 진료받은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비교한 연구에서, 24개월 이전에 시작한 아이도 36개월 이후에 시작한 아이도 낮 실수가 더 많았어요. 그런데 저자들이 결론에서 지목한 것은 나이가 아니었습니다. 양쪽 모두에서 변비가 함께 많았다는 점을 들어, "나이 자체보다 변비가 아이의 배뇨장애가 생기는 데 가장 중요할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짚었어요 (Hodges et al., 2014).

시작 나이를 몇 달 앞당길지 뒤로 미룰지 고민하는 것보다, 아이가 변을 편하게 보고 있는지 살피는 편이 훨씬 값어치가 큽니다.

4. 아이는 정해진 순서대로 익혀요

대소변 가리기는 한 번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가 차례로 자리 잡는 과정이에요. 한국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이런 순서가 나타났어요 — 밤 대변이 가장 먼저, 그다음 낮 대변과 낮 소변, 마지막으로 밤 소변이었습니다 (박은숙 등, 2011).

여기서 '밤 대변'은 부모가 훈련해서 얻는 기술이 아니에요. 밤사이 장의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자다가 변을 보는 일이 저절로 사라지는 거예요.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는 배변 가리기를 시작하기 한참 전에 이미 이 단계를 지나 있고, 순서를 세면 늘 맨 앞에 옵니다. 거꾸로 이미 지나온 아이가 자다가 대변을 본다면, 변비를 비롯한 다른 이유를 한번 살펴볼 신호예요.

대개 이 순서로 자라요
1
자다가 대변을 보는 일이 사라져요 (중앙값 27개월) — 훈련이 아니라 저절로
2
낮에 대변과 소변을 가려요 (중앙값 32개월)
3
밤에 소변을 가려요 (중앙값 33개월) — 가장 늦어요

밤 소변이 늦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에요. 세 가지가 함께 익어야 하거든요. 밤에 소변을 덜 만들도록 호르몬 리듬이 자리 잡아야 하고, 방광이 밤새 담을 만큼 커져야 하고, 방광이 찼을 때 잠에서 깨는 능력이 생겨야 해요. 이 셋의 성숙 시점이 아이마다 다릅니다.

성별 차이도 있어요. 미국 아동 267명을 추적한 연구에서 낮 가리기 완성은 여아가 중앙값 32.5개월, 남아가 35.0개월로 약 두 달 반 차이였어요 (Schum et al., 2002). 다만 아이들 사이의 개인차가 성별 차이보다 훨씬 큽니다.

5. 하지 않는 편이 좋은 것

  1. 혼내거나 억지로 앉히지 않기. 미국소아과학회는 배변 가리기에 보상도 벌도 쓰지 말라고 권해요. 실수했다고 아이를 나무라거나 벌할 이유는 없다는 거예요. 변을 볼지 말지는 결국 아이만 정할 수 있어요. 부모가 힘으로 밀어붙여도 아이는 참아버릴 수 있고, 그러면 이기는 쪽은 늘 아이입니다.
  2. 아픈 배변을 그냥 넘기지 않기. 딱딱하고 아픈 변을 한 번 보고 나면 아이는 아파서 변을 참게 돼요. 참으면 변은 더 굳고, 다음엔 더 아파집니다. 아이가 일부러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아픈 걸 피하는 거예요. 이 악순환이 배변 가리기가 어긋나는 가장 흔한 경로라, 변이 딱딱하거나 배변할 때 아파한다면 그것부터 진료로 살피는 게 먼저예요.
  3. 대변만 거부해도 놀라지 않기. 소변은 변기에서 보면서 대변은 기저귀를 달라는 아이가 드물지 않아요. 482명 중 약 5명 중 1명이 한 달 이상 이런 시기를 지났습니다 (Taubman, 1997).

대변 거부에 대해 아주 중요한 발견이 하나 있어요. 380명을 앞으로 따라간 연구에서, 대변을 거부하게 된 아이 중 변비가 함께 있던 경우를 보니 93%에서 변비가 거부보다 먼저 왔어요 (Blum, Taubman & Nemeth, 2004). 순서가 그렇다는 건, 거부가 고집의 문제가 아니라 아팠던 기억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아이가 변기에서 대변을 거부한다면, 훈육을 조일 때가 아니라 변이 편한지 살필 때예요.

6. 되돌아가는 건 정상이에요

퇴행(regression)

잘 가리던 아이가 다시 실수하는 일은 흔해요. 동생이 태어났을 때, 어린이집을 처음 갈 때, 이사했을 때, 크게 아팠을 때 — 미국소아과학회가 꼽는 흔한 계기들이에요. 대개 며칠에서 몇 주면 돌아옵니다.

다만 퇴행이 너무 오래 지속된다면 몸의 이유(요로감염·변비 등)가 숨어 있을 수 있어서, 한 번은 진료로 확인하시는 게 좋아요.

7. "여름에 시작해야 한다"는 말, 근거가 있을까요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계절이 배변 가리기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찾을 수 없었어요. 시작 계절을 비교한 연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름이 좋다"는 말은 과학이 아니라 실용에서 나왔어요 — 변기 표면이 차갑지 않고, 옷이 얇아 벗기기 쉽고, 빨래가 잘 마르고, 뒤처리가 편하니까요. 그건 그것대로 좋은 이유예요. 다만 여름을 놓쳤다고 늦은 게 아니고, 여름이라고 준비 안 된 아이가 준비되는 것도 아니에요. 기준은 계절이 아니라 아이입니다.

8. 한번 살펴보면 좋은 신호

대부분의 아이는 만 네 살 무렵이면 가려요. 아래 신호가 보인다면 진료를 한번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여기서, 밤에 소변을 못 가리는 건 만 5세 이전에는 정상 발달 범위로 봐요. 국제 기준에서 '야뇨'라는 말을 쓰기 시작하는 나이가 만 5세이고, 적극적으로 다루는 건 대개 만 6세부터예요 (ICCS, 2016·2020). 그 전에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9. 오늘 해 볼 한 가지

변부터 보세요

배변 가리기를 시작할지 말지 고민 중이시라면, 시작 시기를 계산하기 전에 일주일만 아이의 변을 기록해보세요. 며칠에 한 번 보는지, 굳기는 어떤지, 볼 때 아파하는지.

몇 달 앞당길지를 두고 하는 고민보다, 이 일주일이 배변 가리기의 성패에 훨씬 큰 영향을 줍니다. 변이 편하면 배변 가리기는 훨씬 순하게 지나가고, 변이 딱딱하면 무엇을 해도 어긋나거든요.

그리고 시작한 뒤에는 성공한 날뿐 아니라 실수한 날도 함께 남겨두세요. 실수가 줄어드는 곡선은 하루하루로는 절대 보이지 않고, 몇 주를 모아야만 보입니다.


참고 문헌

  1.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Guide to Toilet Training (2nd ed., 2016); HealthyChildren.org — The Right Age to Toilet Train / How to Tell When Your Child Is Ready / Potty Training Regression. (준비 신호로 시작 · 보상과 벌을 피하기 · 퇴행의 흔한 계기)
  2. Blum, N. J., Taubman, B., & Nemeth, N. (2003). Relationship between age at initiation of toilet training and duration of training: a prospective study. Pediatrics, 111(4), 810–814. (406명 등록·378명 추적. 일찍 시작할수록 훈련 기간이 길었고, 대부분의 아이에서 27개월 이전 집중훈련의 이득은 거의 없었음)
  3. Klassen, T. P., Kiddoo, D., Lang, M. E., et al. (2006). The effectiveness of different methods of toilet training for bowel and bladder control. Evidence Report/Technology Assessment, (147), 1–57. AHRQ. (두 방법 모두 성공적이나 우열을 가릴 근거는 부족)
  4. Kiddoo, D. A. (2012). Toilet training children: when to start and how to train. CMAJ, 184(5), 511–512. ("어느 방법이 최선인지 증명하는 level-1 근거는 없다")
  5. Brazelton, T. B. (1962). A child-oriented approach to toilet training. Pediatrics, 29(1), 121–128. (아동 주도 접근의 원전. 10년간 1,170명의 진료기록을 모은 대조군 없는 사례 시리즈)
  6. Joinson, C., Heron, J., von Gontard, A., et al. (2009). A prospective study of age at initiation of toilet training and subsequent daytime bladder control in school-age children. Journal of Developmental & Behavioral Pediatrics, 30(5), 385–393. (영국 ALSPAC 코호트 8,000명 이상. 연관이며 인과 아님)
  7. Hodges, S. J., Richards, K. A., Gorbachinsky, I., & Krane, L. S. (2014). The association of age of toilet training and dysfunctional voiding. Research and Reports in Urology, 6, 127–130. ("나이 자체보다 변비가 가장 중요할지 모른다"고 시사. 소표본 증례-대조, N=112)
  8. Schum, T. R., Kolb, T. M., McAuliffe, T. L., et al. (2002). Sequential acquisition of toilet-training skills. Pediatrics, 109(3), e48. (여아 중앙값 32.5개월 vs 남아 35.0개월. 개인차가 성별 차보다 큼)
  9. Taubman, B. (1997). Toilet training and toileting refusal for stool only: a prospective study. Pediatrics, 99(1), 54–58. (482명 중 22%가 한 달 이상 대변만 거부)
  10. Blum, N. J., Taubman, B., & Nemeth, N. (2004). During toilet training, constipation occurs before stool toileting refusal. Pediatrics, 113(6), e520–e522. (380명. 변비 동반 아동의 93.4%에서 변비가 거부보다 선행)
  11. Austin, P. F., Bauer, S. B., Bower, W., et al. (2016). The standardization of terminology of lower urinary tract function in children and adolescents: Update report from the standardization committee of the International Children's Continence Society. Neurourology and Urodynamics, 35(4), 471–481.; Nevéus, T., et al. (2020). Management and treatment of nocturnal enuresis — ICCS updated standardization document. Journal of Pediatric Urology, 16(1), 10–19. (야뇨 용어 적용 만 5세, 적극적 관리 대개 만 6세부터)
  12. 박은숙 외 (2011). 한국 아동의 대소변 가리기 성취 시기 및 순서. 한국모자보건학회지, 15(2), 186–205. (밤 대변 → 낮 대변·소변 → 밤 소변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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